여행가는 책 : 당신 인생의 이야기

조금 특별한, 4월 책나눔 모임 공지

정말 나 혼자 좋아하고 싶어서 아무도 이 책을 몰랐으면, 하는 책이 있고,
다 읽고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누구와도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책이 있고,
이렇게 좋은 건 나 혼자만 볼 수 없어~ 하면서
돈만 있다면 몇 백권 쌓아놓고 지나가는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은 책이 있다.

...로또가 되기 전에는 아마 그럴 수 있는 날이 올 리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SF와 소설과 이야기와 마음 따뜻해지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 한 권.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세 권, 멀리 여행을 떠나보내려 한다.

첫번째 여행은 4월 25일 자그니님의 책나눔 모임에서 시작한다.
여행책 No 1, 2, 3이라고 각각 이름붙여진 책들.

이 책을 데려가시게 되는 분들이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을 받고, 첫장에 붙여진 소개글을 읽고 찾아오신 분이라면,
이 포스팅 아래에 댓글로 알려주셨으면 한다.

어떻게 책을 받게 되셨는지, 책을 읽은 장소나 책을 읽으면서 생긴 에피소드,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그리고 이야기해주실만한 무언가라면 아무 것이든,
그리고 이 책을 누구에게 어떻게 주실 건지.
(나는 공항 국내선 벤치 위나 서울역 어딘가에 이 책을 떨어뜨릴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위험도가 높아서 포기했지만.)

사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재로 수다를 떨고 싶었다.
이 책은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

부디 이 책이 만나는 모든 사람과 좋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by 윈드라이더 | 2010/12/31 23:59 | 여행가는 책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7)

금요일, 홍대 비 스윗 온(Be Sweet On), 마스터의 역할

금요일날 동생과 고엔 2호점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피곤했던 한 주를 달콤이로 보상받고자 근처 새로생긴 디저트 카페 비 스윗 온에 들렀다.

티라미스도 크림브륄레도 타르트 타탱도 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갔고, 붐빌까 걱정했는데 안쪽 두 테이블 중 한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레몬 소르베 에이드와 티라미스와 아포가또, 크림브륄레를 시켰다.

정말 맛있었다. 마스카포네 치즈가 듬뿍 든 티라미스는 초창기의 소노에서 제니스 카페테리아로 이어졌던 그 티라미스만큼이나 맛있었고, 크림브륄레도 적당히 달고 진하면서 향긋했고 혀에 깔끔하게 감기면서 딱 좋게 여운이 남았다. 곁들여진 파이도 파삭한 식감에 풍부한 버터향이 딱 좋았고 전혀 시지 않게 조려진 과일도 좋았고 새큼한 소르베가 들어간 레몬에이드도 탄산이 과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산뜻했다. 전체적으로 좋은 재료, 과하지 않은 단맛, 균형잡힌 향미가 굉장히 좋았다. 먹는 내내 행복했고 입가심으로 핫초콜릿이나 커피를 한 잔 더 시켜서 먹고 나오고 싶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젊은 여성 두 명이 귀가 아플 정도로 떠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소음이 지나치게 과했고, 떠드는 내용 자체는 '동인적인' 이야기.

나 스스로 동인녀임을 부끄럽게 생각할 때가 이럴 때다.

동인녀가 부끄러운 일은 아닐 지언정, 그걸 일반적이고 공개된 장소에서 온 사방에 대고 떠들어 대는 건 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사람들 귀에 왕왕 울리도록 말이다.(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스카플로네가 비운의 작품이 되었던 건 에바와 나데시코 때문이 아니라 에바와 슬레이어즈 때문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평소같으면 동생이나 나나 '죄송하지만 조금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했겠지만, 그날따라 둘 다 너무 기운이 없었고 피곤했고 말싸움할 여력도 없어서 그냥 조용히 눈짓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소음의 수준은 귀가 울리고 두통이 일어날 정도.정말 기운이 대단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맛있는 디저트로 충분히 업될수 있었던 기분을 더욱 다운시킨 두 명의 여성이 계속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홍대역까지 걸어가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두 명은 이야기에 정말 정신이 팔려서, 자신들이 얼마나 큰 소리를 내고 있는지, 주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으나, 즉석에서 항의하지 못하고 나와서 투덜거린 우리도 비겁하다.

그런데 카페 마스터의 소임은 어디까지인가? 주문을 받고 맛있는 메뉴를 제공하면 그것으로 끝인가?
그 자리엔 여직원 한 분과 사장님 형제분, 다른 남직원 한 분이 있었다.
먹는 내내, 그 자리에 있는 내내,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좋은 기분을 유지하게 서포트할 의무는 없나?

네 분 중 어느 분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손님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기가 어려웠을까?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이 없고 네 분이 참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손님들이 있는 경우에는?

오는 손님들 중 압도적으로 그 바닥(?) 사람들이 많은 찻집으로 이대 앞 티**이 있다.
모여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의 대화를 방해할만큼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 정도가 되면, 마스터가 나선다. 엄연히 카페를 관리하는 마스터가 있는 상황에서 손님들끼리 얼굴붉히는 것이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터는 그 테이블로 다가가 조용히, 정중하게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주실 수 있겠냐고 말한다. 그런 상황을 몇 번이나 보았고, 나도 한 번 그런 적이 있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바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적해 줄 때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화를 내거나 일어나는 손님은 본 적이 없다.

손님이 갖추어야 할 매너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카페를 관리하는 마스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면서 집에 왔다.

다음에 또 한 번 그런 일이 있게 되면, 그 때는 마스터에게 항의해야겠다. 비 스윗 온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그 다음에 내리게 될 것 같다.

by 윈드라이더 | 2009/06/14 20:41 | 이러쿵저러쿵 | 트랙백 | 덧글(6)

요즈음의 독서패턴

...분명 태어나서 20년쯤은 '한 번에 한 놈만 패는' 독서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_-
개미 처음에 나왔을 때 주말에 이틀 동안 밥을 굶고 다 읽었다거나
고 3 여름방학 때 드래곤 라자 읽느라 집에는 보충수업 중간에 방학이다, 학교에는 아파서 보충 못나가고 쉬어야겠다고 연락하고 일주일 동안 방에 틀어박혀서 읽다가 자고 읽으면서 먹고 읽고 읽고 또 읽어대다 다 읽고 정말 죽도록 아팠다거나.
대학교 들어가서 한동안 하던 짓이 주말에 만화책 서너 세트쯤 빌려다가 동생님이랑 같이 뒹굴면서 돌려보느라 남친이랑은 평일에만 같이 놀았다거나.


그러던 나였는데...라고 좌절하고 있는 현재의 독서패턴.

매주 월요일마다 도서관 신간 도서를 검색해서 체크한 책들을 수첩에 적는다.
(그 외에도 어딘가에서 재밌겠다고 생각한 책들은 죄다 적어놓는 버릇이 있다.)
다 읽은 책들 한무더기와 수첩을 들고 도서관에 간다.
목적한 책을 찾는다.
한 권을 들고 다른 책이 있는 곳으로 바로 이동...하지 않고, 거기서부터 거기까지의 책장 사이를 헤매다닌다.
(모 후배는 이런 내 모슴을 보고 '먹이 많은 곳에 혼자 버려져 희열에 가득 찬 좀비'라고 표현했다. 썩을 놈-_-)
그러다 보면 당연히 손에는 다른 책들이 잔뜩 들리게 된다.
어째서인지 목표한 두 번째 책은 다음에 읽어도 될 것 같다.
손에 들린 책들을 다 들고 가기도 무겁고 빌리기도 힘들 것 같다.
고심고심해서 두세권 정도를 빌린다. 이 때, 거의 60% 확률로 처음 목표한 책도 빠진다.
제1자료실에서만 노는 건 어쩐지 편식하는 것 같아 제2자료실로 올라간다.
제2자료실에서 주로 보는 건 거의 의학(코너에 꽂혀 있는 다이어트 서적들)과 건강, 음식 관련이나 미용 등등.
위의 패턴을 한 번 더 반복한다.

그래서, 내 수첩의 독서 리스트는 갈수록 늘어갈 뿐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어쩌다 리스트의 책을 읽어도 그 책이 다음 책을 부른다.
이젠 읽는 책들의 제목이 아니라 '관심군'으로 묶어 정리해야 할 것 같다-_-
한동안 재테크 서적을 열심히 읽다가 내가 신실한 지름신도란 사실을 깨닫고 참회하고, 노멀하게 하루키랑 SF랑 추리를 읽다가,
요사이 보고 있는 것은 아서왕 전설군(이라고 해봤자 학교에 있는 건 아발론의 안개랑 불핀치랑 아발론 연대기 정도?)과 피부건강쪽 책, 소식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에 대한 이시하라 유미 박사의 각종 서적들.

도서대여 한도 10권이 다 저 셋으로 분류된다. 한 번에 한 권씩 읽는 게 아니라 열 권을 한꺼번에 빌려다놓고 이거 뒤척 저거 뒤척하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생활.

이런 패턴을 몇 년간 반복하다 보니, 어지간히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고서야 책 한권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한 권도 안 읽기가 힘들다. 직장에 두고 읽는 것 두 권쯤, 집에 와서 이거 읽다 저거 읽다 서너 권, 외출용은 가는 길이나 가방 크기에 따라 제각각.

반성하고 있지만 고칠 생각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가.

by 윈드라이더 | 2009/05/09 14:46 | 독서목록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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